'패션 본고장' 파리가 먼저 알아본 '우영미'

입력 2021-11-01 17:29   수정 2021-11-09 19:09


미국의 ‘톰브라운’과 줄곧 협업해온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 한 패션 브랜드를 한정판 휴대폰의 ‘콜라보’ 파트너로 낙점했다. 국내외 2030세대가 열광하는 남성복 브랜드인 ‘우영미’다. 우영미 쏠리드 대표(사진)는 “삼성전자 내 젊은 직원들이 휴대폰 사용 연령대를 낮추기 위해서는 우리 브랜드와 협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1일 말했다.

우영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명품백화점 중 하나인 르 봉 마르셰 남성관 연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59년생 영미 누나’의 끈질긴 집념에 최근엔 국내 ‘패션 피플’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협업하는 첫 토종 패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맨메이드 도산’에서 만난 우 대표는 “패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패션의 위상 변화가 엄청나다”고 했다. “2000년대 초 외국인들이 ‘일본인이냐’고 물어볼 때면 ‘꼬레노(한국인) 우영미’라고 소개하곤 했는데 이젠 먼저 한국 패션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이다.

우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1988년 LG패션(LF의 전신)에서 나와 압구정동에 작은 공방 ‘솔리드 옴므’를 열고 남자 양복을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우영미의 출발점이다. 우영미는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 45개 매장에 진출해 있다.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8%가량 늘어난 540억원을 달성했다. 해외 럭셔리 온라인 쇼핑몰인 ‘센스닷컴’에서의 판매량도 작년 대비 두 배 늘었다.

국내 디자이너가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우영미 외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준지’ 정도가 꼽힌다. 일본만 해도 겐조와 꼼데가르송, 이세이미야케 등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해외에서 선전한 사례가 많다. 우 대표는 “20여 년 전 홀로 파리로 건너가 ‘무언가 해보겠다’고 했을 때 엉뚱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패션 본고장에서 이뤄낸 쾌거
브랜드 우영미가 ‘신(新)명품’ 반열로 올라서기까지는 2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미련하게 사업한다는 핀잔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TV홈쇼핑에서 상품을 팔거나 라이선스를 넘겨 회사를 빠르게 키우는 방법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해서다. 우 대표는 “고급 의류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출보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단기간에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판단이 결국 옳았다”고 말했다.

20년간 지켜온 브랜드 정체성은 20~30대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는 원동력이 됐다. 젊은 세대는 티셔츠 한 장에 50만원에 달하는 ‘우영미 파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우 대표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야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며 “긴 호흡으로 브랜드 가치에 충실한다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 대표는 지난해 프랑스 진출 후 가장 뜻깊은 해를 보냈다. 프랑스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르 봉 마르셰 남성관에서 2020년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다. 아미, 발렌시아가 등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를 꺾은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중국인 관광객의 프랑스 입국이 막히니 우영미의 진짜 실력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2002년 “내 옷에 자신 있는데 왜 안 돼?”라는 자신감으로 무작정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한 지 18년이 되던 해였다. 우 대표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K패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외 디자이너나 바이어들이 한국 길거리 패션을 보고 ‘최고’라고 한다”며 “세계 어디서든 명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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